AI 경쟁의 숨은 무기: 마이크로소프트, 케이블 혁신으로 승부수
초대형 AI 모델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제 전력이나 칩뿐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모든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택한 비장의 무기는 의외로 단순해 보이는 ‘케이블’, 즉 통신선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기술이 AI 시대의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습니다.
#1. AI 훈련의 필수 요소, ‘인터커넥트’
AI 혁신의 배경에는 항상 케이블이 존재해왔습니다. 엔비디아의 GPU 서버 랙을 예로 들어보죠. GPU와 GPU, 그리고 서버 랙 간에는 무수히 많은 케이블과 스위치(통칭 ‘인터커넥트’)가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습니다. 이를 통해 GPU들이 협력하며 초대형 AI 모델을 빠르게 훈련할 수 있는 것이죠.
오늘날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는 수만 개의 GPU가 배치되며, 이러한 데이터센터들은 케이블로 연결됩니다. 특히, AI 모델 크기와 훈련 데이터의 폭증으로 인해 초고속,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MS와 구글의 ‘분산 데이터센터 훈련’ 대결
지난해 구글은 **‘분산 데이터센터 훈련’**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미 전역의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5만 개 이상의 TPU를 활용, 초대형 AI 모델인 ‘제미나이 울트라’를 훈련한 겁니다. 분산 훈련 기술은 기존의 데이터셋 분할 훈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 단위의 대규모 병렬 훈련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MS도 오픈AI와 협력해 분산 훈련에 도전 중입니다. 두 기업은 최대 30만 개의 GPU를 사용해 차세대 초거대 AI 모델을 훈련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2만여 개 GPU가 탑재된 데이터센터 15개를 연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물리적 거리, 전력 소모, 데이터 전송 속도 등 기술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3. MS의 비밀 무기: 차세대 광섬유 HCF 케이블
분산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전송 속도와 용량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MS는 2022년 영국의 스타트업 ’루메니시티(Lumenisity)’를 인수했습니다. 이 회사는 HCF(Hollow Core Fiber, 중공 섬유) 케이블이라는 차세대 광섬유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HCF는 기존 실리카 소재 대신 내부에 공기 또는 진공 상태를 사용하는 케이블입니다. 이로 인해 데이터 전송 지연이 기존 광케이블 대비 50% 낮아지고, 빛 신호의 손실이나 산란 문제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데이터센터 간 초고속, 초장거리 통신에 이상적입니다.
루메니시티는 MS 인수 후 HCF 케이블 양산 공장을 설립, 현재 영국의 MS 데이터센터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MS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이 기술을 “획기적인 혁신”으로 평가하며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4. 해결 과제와 빅테크 AI 경쟁의 미래
물론, HCF 케이블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 통신 장비와의 호환성, 30만 개 GPU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첨단 모니터링 시스템, 장애 격리 체계 등 다양한 기술적 도전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서 구글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MS의 HCF 기술은 AI 경쟁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대형 AI 모델의 크기와 컴퓨팅 파워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적 혁신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결론: 케이블 하나에도 과학의 정수가
가장 흔하고 저렴하게 보이는 ‘케이블’이 사실은 현대 과학과 공학의 최첨단을 집약한 결과물입니다. MS의 HCF 케이블 개발은 데이터 전송 병목이라는 단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테크가 얼마나 깊이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AI 경쟁은 이제 단순한 칩 성능 경쟁이 아니라 모든 과학적, 공학적 가능성을 총동원하는 종합 기술 전쟁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